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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동남아에 기회 있다 … K벤처 영토확장
Opportunities in ‘Young’ Southeast Asia… K-Ventures Expand Their Territory

동남아시아에서 오토바이 매연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친환경 오토바이 교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그린 전기 모빌리티 업체 블루윙모터스가 이곳에서 날개를 달았다. 김민호 대표가 2019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유류 오토바이를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엔진과 연료탱크, 주유구 뒷바퀴 등을 제거하고 컨트롤러, 모터, 탈착식 배터리 등을 탑재하고 전기충전소까지 구축하는 것이다.

블루윙모터스는 인도네시아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인도와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 규모 시장이고 1억2000만대 넘는 유류 이륜차가 운행 중이기 때문이다. 150㏄ 이하 스쿠터 모델이 대부분이라 단일 모델로 전동화 사업과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쉬운 것도 주효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공약인 ‘2025년까지 이륜차의 20%를 전기 이륜차로 대체한다’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10만대 규모로 대당 약 90만원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고 올해도 20만대 지급이 목표다.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 국립대 UNS와 연구개발(R&D) 협약(MOU)을 맺고 현지 전동화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 ‘모토리츠’와 손잡았다. 인근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변동성이 커진 금융 시장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 국가는 여전히 미국, 중국, 일본 위주이지만 이 시장은 이미 경쟁이 극심하고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한국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 간 대립 구조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진 시점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동남아는 한국과 문화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수용력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인구가 많고 활동적인 젊은 층 비중이 높다는 점이 신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다.

국내 중소 기술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을 컨설팅하는 박종석 킬사글로벌 공동 대표는 “한국 기업들에 ‘지금 진출해도 늦지 않은 시장’은 동남아”라며 “동남아는 빠른 산업 고도화, 디지털 전환, 정부 주도의 기술 협력 수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단순히 인구 규모가 아니라 산업 전환 타이밍과 기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킬사글로벌은 지난 10여 년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5개국에 직영 법인을 구축하고, 150개 이상의 기술 스타트업·중소기업과 함께했다.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로 혁신 벤처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박 대표는 “단순한 테스트 마케팅이나 바이어 연결을 넘어서 현지 실행팀을 구성하고, 시장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공동으로 설계·운영하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투자 유치와 스케일업 구조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디지털 맵 플랫폼 ‘모고스’를 운영하는 공간정보 서비스 업체 파토스는 창업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동남아에 주목했다. 동남아는 차량, 현금, 물류 등 이동성 있는 여러 자산의 실시간 관제와 자동 배차 시스템 등 도입 니즈가 높은 만큼 맵 데이터 기반 플랫폼이 비즈니스 확장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물류 등 육상 운송은 물론 관광 산업 성장에 맞춰 퍼스널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여·공유 시장과 홈딜리버리와 익스프레스 딜리버리 시장에서 그랩 등 관련 기업들의 성장도 호재였다.

싱가포르부터 두드려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정부기관의 그린 레인(입찰 절차 없이 직접 기술 공급을 허가하는 인증 제도)을 땄다. 현지 토지관리청의 원맵(OneMap·원도)을 기반으로, 벡터맵 플랫폼을 개발해 론칭하니 다른 기관과 사업 확장 기회가 열렸다. 이어 라오스에서 공간 정보 활용 기술과 내비게이션 기술을 결합한 차량·배송 관제 서비스를 출시해 현지 대기업과 사용권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적용을 협의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싱가포르에 구축한 스마트시티용 라이더 장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싱가포르에 구축한 스마트시티용 라이더 장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한국을 대표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도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현지 조인트벤처 A2G(오토노머스글로벌)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COSMO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싱가포르 자율차 시험장인 난양기술대 CETRAN에 라이다 기반 인공지능(AI) 교통 인프라 시스템을 설치하고 현지에서 실증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업들과 연동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8년 현대차 엔지니어 출신들이 만든 이 회사는 국내 최다 자율주행차 운행과 누적 주행거리 최고 기록(58만㎞)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본투글로벌(현재 GDIN)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킬사글로벌과 손잡고 싱가포르 법인 설립과 글로벌 비즈니스 계약을 추진했다.

1인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푸드테크 기업 고피자도 인도와 태국 등에서 K푸드 열풍을 누리고 있다. 자체 개발한 자동 화덕 고븐(GOVEN)과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등을 운영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피자 브랜드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고 국내 외식 브랜드 최초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입점하며 화제가 됐다.

[이한나 선임기자]